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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 감각의 세련미보다 조금 낡은 듯 빛바랜 앨범을 넘기는 느낌의 타이완은 작위적이지 않아 편안한 여행지다. 주변 건물은 물론 지나는 사람들의 차림새도 거슬림이 없다. 인공과 화려함이 가득한 도시 모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싱거운 첫인상에 잠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소박하고 다정한 타이완의 속살을 보게 되면 오히려 어떤 여행지보다 편하고 정겨운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세계 5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고궁박물관과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타이베이101 그리고 다양한 길거리음식(Street Food)이 가득한 야시장과 훌륭한 온천을 비롯해 빼어난 경승지가 가득한 타이완은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여행자의 천국이다.

    비오는 날 지우펀의 모습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비오는 날 지우펀의 모습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대표관광지

    타이베이의 첫 번째 대표관광지는 당연히 지우펀이다. 옛날 깊은 산중의 농가였던 이곳은 딱 아홉 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루었는데,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멀리서 물자를 조달해 올 때마다 서로 다른 가구 몫까지 가져와 9등분 했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곳을 지우펀()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이후 금광이 발견되면서 크게 발전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모험의 배경이 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좁은 계단 길에 찻집이 늘어선 수치루(竪崎路)의 홍등은 지우펀 관광의 백미로 꼽히며, 이곳의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두 번째 대표관광지는 외계 행성 같은 독특한 지형의 예류(野柳)를 꼽을 수 있다.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놓은 기괴한 지형, 예류(野柳)는 사암과 용암, 산호가 어우러져 독특한 모양을 이룬 곳이다. 마치 외계의 어느 행성쯤에 와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이곳에는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를 쏙 빼닮은 여왕바위를 비롯해 촛대바위, 버섯바위, 두부석, 벌집석 등 기묘한 모양의 독특한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위가 미끄럽고 물살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안전선으로 표시된 빨간 선을 절대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 대표관광지는 행운을 담은 대만 최고의 빌딩 타이베이 101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죽순 모양의 타이베이 101은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건물이다. 8층씩 묶어 총 8단으로 쌓아 올려졌는데 이는 숫자 8이 성장과 번영, 발전을 의미하는 한자 ''과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우측의 쇼핑몰 5층으로 올라간 후 다시 좌측 건물로 건너가야 하며, 날씨가 맑을 경우에는 91층의 야외 전망대도 개방한다타이베이 101은 높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분속 1,010m 89층의 전망대까지 37초면 올라갈 수 있으며,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개하고 있는 댐퍼(Damper)를 볼 수 있다. 높이 5.5m, 무게 680t의 이 강철 공은 지진과 강풍으로 건물이 흔들릴 때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서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타이베이 101빌딩에 있는 포토존의 인형들은 바로 이 댐퍼를 마스코트로 만든 것이다.

    먹거리

     사실 외국에 나가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현지의 먹거리다. 이게 무슨 음식인지도 모르겠고 맛이 어떨지는 더욱 알 수 없다 보니 아무것이나 덥석 먹어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맛이라는 것이 말로 들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누군가 열심히 설명해 준다 하더라도 저마다의 입맛이 제 각각이다 보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홍어 삼합은 최고의 음식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쓰레기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음식이란 대부분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들로 보통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주된 음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도 보통은 그런 요리를 먹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타이완에서는 불교와 선행을 삶의 지표로 삼기 때문에 오히려 기름진 고기보다 채식요리가 발달해 있다고 한다. 스님들이 먹는 채식요리도 솔직히 우리나라의 사찰음식과 비교하면 급이 다르다. 온갖 종류의 음식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거니와 채식요리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훌륭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요즘처럼 비건과 채식이 인기를 끌기 훨씬 이전부터 대만에서는 정자(징츠淨慈)와  장춘소식(창춘쑤쓰長春素食) EVER GREEN vegetarian restaurant 같은 채식 퓨전 음식점들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타이베이 하면 떠오르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야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동대문과 남대문 같은 분위기에 온갖 Street Food들이 즐비한 이곳은 타이베이를 찾은 여행자가 꼭 한 번은 들렀다가 가는 필수 코스다. 한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고 독특해 보이는 먹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타이베이의 음식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것이나 먹었다가는 강한 향신료 맛과 냄새 때문에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과 재료를 잘 살펴보고 먹어야 한다. 특히 ‘처우더우푸(취두부)’라고 하는 두부 요리는 외국인들을 도망가게 하는 음식으로 유명한데, 10m 전부터 냄새가 진동을 하므로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절대주의를 당부한다. 그리고 길거리음식이 야시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먼딩은 타이베이 시에서 최초로 형성된 보행자 거리인데, 과거에는 타이완을 통틀어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타이베이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지만 아침이 되면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활력이 사라지는 곳이다. 이곳은 올드 타이베이에 속하는 곳으로 주변에 큰 호텔이 없다. 대신 조식당이 없는 작은 부티끄 호텔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식사를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시먼딩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편의점들을 비롯해 스타벅스가 있어 식사가 어렵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저렴하고 맛있는 Street Food를 먹어 보길 추천한다. 특히 스타벅스 앞에서 빵을 만들어 파는 아저씨는 이곳에서 나름 유명한 모양이다. 호텔 직원에게 아침 식사를 물어봤더니 바로 이곳을 가르쳐 줬고 실제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계란과 베이컨을 넣은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종교문화

    타이완은 일본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다. 그리고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하는 섬사람들에게는 유난히 민간 신앙과 전설이 많다. 그래서 섬나라의 종교문화는 다른 어느 곳보다 강력한 지배력을 갖는다. 타이완 역시 곳곳에 사원이 있고 마치 여기저기, 아무 곳에서나 기도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타이베이의 종교문화는 이곳 사람들의 삶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디후아 거리에 있는 '하해성황묘(싸하이성황묘)'는 전설 속 중매쟁이 노인으로 알려진월하노인을 모신 곳이다. 중매쟁이 노인을 모신 곳이다 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짝을 만나길 소원한다. 보통 하루에 100명에서 200명 정도가 이곳을 다녀가는데, 발렌타인데이처럼 특별한 날에는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라고 한다. 중국 전설에 월하노인이 빨간색 실로 연결한 사람은 반드시 인연을 맺는다고 하니, 혹시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타이완 여행자라면 전설 속 월하노인에게 인연을 부탁해 보는 것도 타이베이 여행의 즐거운 추억 중 하나가 될 것이다'하해성황묘'에서 가까운 거리에 타이베이의 명소인 '용산사(룽산쓰)'가 있다. 이곳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현지인들은 물론 타이베이를 찾은 관광객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260년의 역사와 용을 비롯한 상서로운 동물들이 장식된 구리 기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무엇보다 이곳에 모신 관세음보살의 영험한 능력으로 유명한 곳이다.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해 이곳 대부분이 파손되었지만, 폐허 가운데 구리기둥과 관세음보살상만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홀로 건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와 제사를 드린다. 사업을 위해, 자녀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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