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커다란 봉우리에 소 한 마리가 누워있는 모습의 우도(牛島)는 제주도에 딸린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이자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제주도 최대 관광지 중 하나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홍조단괴 해빈'과 검은 모래밭인 '검멀레', 몽돌로 이루어진 '돌칸이'를 비롯해 '하고수동 해수욕장'과 우도봉의 등대공원까지 볼거리 많은 우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더구나 제주의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자칫 배 시간을 못 맞춘다면 우도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도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충분한 시간이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우도를 즐기기 위한 핫플레이스

    우도에서 가장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산호가 만든 백사장 '홍조단괴 해빈 해수욕장'이다. 하우목동항에서 배를 내리면 오른쪽으로, 만약 천진항으로 들어왔다면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빈백사'라고 알려진 홍조단괴 해빈 해수욕장이 있다. 제주 방언이 원래 그렇기도 하거니와 온통 한자로 지어진 이곳의 지명을 처음 접할 때는 기억하기가 참 어렵다. 웬 이름이 이렇게 어려운가 했더니 이곳의 모래사장이 워낙 특별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곳의 모래는 푸른빛이 돌 정도로 희고 알갱이가 다른 곳의 모래에 비해 크다. 더욱 특별한 것은 젖은 몸에도 모래가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손으로 툭툭 털어내면 신기하게도 깨끗하게 털어진다. 이는 물속에서 서식하는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홍조단괴를 형성하였으며, 이런 홍조단괴가 태풍에 의해 바닷가에 퇴적물을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 이곳의 백사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희귀성과 학술적 가치가 높아 백사장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예부터 우도 사람들은 이곳의 특별한 모래사장을 서빈백사(西濱白沙)라 하여 우도 8경 중 제8경으로 손꼽았다두 번째로 추천하는 핫플레이스는 관절염과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진 검은 모래 해변 '검멀레'다. 우도봉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있는 이곳의 색깔은 이름처럼 검다. 서빈백사와는 정 반대의 색이다. 해변의 응회암이 부서진 후 모래와 섞이면서 검은 모래가 됐다는 이곳 검멀레는 우도봉을 떠받치는 바다 절벽 아래서 보트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또한 보트를 이용할 경우 우도 8경 중 동쪽 해안의 고래 굴이라는 동안경굴(東岸鯨窟)과 웅장한 수직 절벽인 후해석벽(後海石壁) 그리고 동굴 천장에 한낮의 태양이 보름달을 그려내는 주간명월(晝間明月)을 볼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멀레의 백미는 바로 이곳의 검은 모레다. 이곳에 몸을 묻고 모래찜질을 하면 관절염과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 기왕에 검멀레를 찾았다면 검은 모레의 효능을 직접 체험해 보길 추천한다 다음은 우도의 여물통으로 불리는 '돌칸이 해변'을 핫플레이스로 꼽았다. 돌칸이는 촐까니의 와전된 말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 방언으로 은 꼴 또는 건초를 뜻하는 말이고, ‘까니는 소나 말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큰 그릇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촐까니는 결국 소의 여물통을 이르는 우도 방언인 셈이다. 그런데 돌로 이루어진 이곳 몽돌해변의 이름을 하필 소의 여물통이라 했을까? 그것은 이곳 돌칸이 해변의 위치 때문이다. 우도 사람들은 성산읍 오조리의 식산봉을 출놀’(건초를 쌓아 올린 더미)이라 불렀고 섬 앞쪽 오름을 소의 머리라 했다. 그러니 그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영락없이 소의 여물통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칸이는 우도의 어느 곳 보다 멋있는 우도의 진풍경을 보여준다. 검은 바위 틈으로 밀려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깨끗한 바다는 한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묘한 대비를 보이기도 하거니와 독특한 색과 기괴한 모양의 용암 절벽은 자연에 대한 경외를 느끼게 할 만큼 웅장하다. 특히 깎아지른 듯 세워진 수직 절벽의 면면은 20세기 추상화의 대표 화가인 젝슨 폴록이 물감 대신 돌을 가지고 마음껏 휘저어 놓은 듯 자유롭고 독특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네 번쩨로 추천할 핫플레이스는 바로 우도 등대 공원이다. 제주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우도 역시 오름이다.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우도의 최고 높이는 132미터로 바로 우도봉의 높이다. 우도의 최고봉인 만큼 흰색 등대가 있는 우도봉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동쪽 해안은 장관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부의 오름들이 정렬하고 하얗게 쏟아지는 태양빛은 잔디를 더욱 푸르게 빗질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우도 전경과 맑고 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눈부신 백사장의 풍경을 지두청사(指頭靑砂)라 했고, 이는 우도팔경 중 제4 경이다.  다섯 번째 핫플레이스는 비양도다. 제주도에는 두 개의 비양도(飛揚島)가 있다 하나는 협재해수욕장 앞에 있는 비양도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우도의 비양도다. 제주의 양쪽 날개라는 의미로 서비양(西飛揚)과 동비양(東飛揚)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곳 비양도는 검은 바위와 등대만 덩그러니 서 있어 마치 돌들의 무덤’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비양도를 그저 검은 바위들의 섬으로만 이해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해가 떠오르는 곳이란 의미답게 일출 때에는 단순한 검정이 아닌 다른 색채를 보인다. 자세히 보면 검은색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검은 바위에 앉은 녹색 이끼와 등대의 노란색 그리고 검은 바위들 사이로 난 흰 아스팔트 길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면 장엄한 느낌이 난다. 더구나 이곳에 서면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아침 햇살에 가장 아름답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우도의 비양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마지막으로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핫플레이스로 추천한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서빈백사처럼 흰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앞바다의 수심이 얕아 여름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객으로 붐비는 우도 최고의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에는 우도의 명물인 세계 최대의 해녀상(높이 3미터)이 자리 잡고 있으며, 6~7월이면 밤마다 멸치잡이 어선들이 집어등을 켜고 조업하는 밤 고깃배의 화려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야항어범(夜航漁帆)으로 알려진 멸치잡이 선박들의 휘황찬란한 불빛 역시 우도팔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명인이 직접 만든 술, 우도 땅콩 막걸리

    우도 땅콩은 우도의 특산물이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우도에서는 땅콩으로 술도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판다. 우도 땅콩 막걸리도 이렇게 우도의 특산물을 가공한 제품 가운데 하나지만 다른 가공 제품과 달리 우도 땅콩 막걸리는 조금 특별하다. 바로 나라님께 진상하던 술 중의 왕, “왕주를 만드는 전통식품명인 남상란 명인”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왕주는 명성황후(민비) 집안의 가양주에서 비롯되었다. 명성황후의 친정조카인 남 명인의 외할머니(고 민재득) <동의보감>에서 만병치료법으로 사용하던 왕주를 제조한 것을 명인이 친정어머니에게서 전수받아 남 명인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솜씨를 익혔다고 한다남상란 명인의 왕주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종묘제례에 올라가는  세 가지 술 중 하나인데, 조선 시대 왕들에게 지내는 제사인 만큼 전국에서 가장 맑고 좋은 술을 골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남상란 명인의 술 빚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평소 막걸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상란 명인은 땅콩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레시피에 변화를 줬다. 그래서 막걸리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누룩 향을 90% 이상 줄여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우도 땅콩의 향과 달콤한 맛을 살리면서 뒤끝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땅콩의 배합비를 찾아냈다. 그리고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우도 땅콩막걸리는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외국인,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이름의 우도 땅콩 막걸리 유사 제품들이 출시되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맛과 품질이 남상란 명인의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다. 우도에 가면 반드시 남상란 명인의 우도 땅콩 막걸리를 마셔보길 추천한다.

    제주도 보말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우도 해녀 식당

    양식이 되지 않는 제주도의 보말은 고둥의 일종으로 제주도 전 지역의 바닷가 바위틈이나 물에 잠겨있던 큰 돌 밑에 서식한다. 이것을 잡으려면 뾰쪽한 바윗돌 위에서 불편한 자세로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숙여 큰 돌들을 굴려야 하니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때론 손가락을 베이거나 손등이 벗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얻은 보말은 다시 몇 차례의 해감을 하고 끓여낸 후 일일이 수작업으로 껍질과 속을 분리를 해야만 비로소 맛볼 수 있다. 게다가 다시 죽이나 칼국수로 만들어 먹으려면 꺼낸 속에서 내장과 속살을 분리라는 작업을 또 해야 하니 실로 섬사람의 투박하고 까칠한 성품을 부드럽고 유순하게 만들기 위한 수련이 들어가야 하는 식재료이다우도 해녀 식당은 이 보말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푸르스름하면서 노란빛이 도는 우도해녀식당의 보말죽은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먼저 보말을 깨끗이 손질한 후 삶아 낸 후 내장과 몸통을 분리한 후 보말의 내장과 미리 해둔 밥알을 잘 비벼낸 후에 원래 보말을 삶았던 물을 혼합한 후에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몸통은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에 볶아 낸 후에 죽이 어느 정도 끓으면 마지막에 투입하여 저으면서 끓여낸다. 바다 향이 물씬 나는 보말의 쫄깃한 식감은 전복죽과는 달리 소박하면서 구수한 옛 맛을 잘 간직하고 있다보말을 이용한 또 하나의 메뉴로 '보말성게칼국수'도 평범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손질한 보말 중에 내장은 곱게 갈아서 육수로 사용하고 주재료인 칼국수도 면부터 직접 수작업으로 반죽하고 하루 이상을 저온 숙성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면을 뽑는다. 이 역시 고소하고 진한 육수에 잘 어우러진 성게와 보말이 칼국수와 함께 입맛을 당긴다. 우도를 방문했다면 이곳의 보말죽이나 보말성게칼국수를 꼭 먹어 보길 추천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