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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핫한 여행지는 단연 제주도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이국적인 남국의 정취, 그리고 푸른 바다와 맞닿아 이어지는 오름의 물결은 몇 번씩 제주를 다녀간 사람들에게조차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는 곳곳이 영화와 드라마 속의 특별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제주도 여행에서 놓치면 안 될 특별한 장소 중 영화 속에 등장했던 추억의 장소는 어디인지 찾아보도록 하자.

    안덕계곡의 '구가의 서' 촬영지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안덕계곡의 '구가의 서' 촬영지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장동건과 고소영의 추억을 간직한 곳, 아부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건영목장'을 찾아가면 거기에서 만나는 오름이 있다. 해발 301.4m, 높이 51m로 오름이라 부르기에 살짝 겸연쩍은 이곳은 영화 '이제수의 난'을 촬영했던 아부오름이다. 그리고 이곳은 1999년에 개봉했던 영화, ‘연풍연가의 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실제 부부가 된 장동건과 고소영이 영화 마지막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장동건이 앉아 있는 나무가 바로 이곳, 아부오름 입구에 있는 나무다. 아부오름은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낮은 오름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풍광은 기대 이상의 장관을 보여준다. 또한, 둘레가 1.5km 정도 되기 때문에 정상에 오른 후 둘레길을 걷는 데만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높진 않지만 넓은 면적의 오름이다. 정상에서 천천히 아부오름의 둘레길을 걷다 보면 분화구 중앙에 식재된 삼나무 병풍림을 볼 수 있는데, 분화구 한 가운데에 커다란 나무들이 반지 모양의 링을 만들며 둘러선 모습이 독특하다. 아부오름에 올라 걷다 보면 멀리 하늘과 맞닿은 한라산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아부오름의 분화구에 한 층씩 레이어를 쌓아 얹은 듯 보이는 주변 경관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간혹 삼나무 병풍림을 보기 위해 아부오름의 분화구로 내려가고자 하는 방문객이 있는데, 넓디넓은 아부오름의 분화구는 보기에 아무것도 없이 풀만 자라 있는 듯 보이지만 가시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식생이 덮여 있어 분화구 가운데로 내려가기가 절대 쉽지 않다.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길이 두어 곳 있기는 한데, 이 길을 모르는 사람이 무턱대고 내려갔다가는 자칫 돌아오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구가의 서촬영지, 안덕계곡

    안덕계곡은 이승기와 수지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구가의 서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제주도 관광이 오직 자연경관에 한정되었던 시절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제주도에 여러 시설이 들어서면서 안덕계곡을 찾는 사람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드라마 구가의 서촬영지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다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가 되었다. 안덕계곡의안덕(安德)’치안치덕(治安治德)’의 줄임말로, 태초에 안개가 끼고 하늘과 땅이 진동하면서 태산이 솟아날 때, 암벽 사이에 물이 흘러 하늘이 평안과 덕으로 다스리는 곳이라 하여 유래된 말이다. 이곳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은 제주도 특유의 계곡미를 가지고 있는데, 골짜기가 침식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과 용암 동굴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계곡을 이룬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제주 올레 9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에 개발된 추사 유배길 3코스에도 포함된 안덕계곡은 제주10경 중의 하나이며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관광지이다. 막상 계곡을 따라 산책을 시작하면, 조금 아쉬움이 남을 만큼 길이가 짧지만, 이곳의 최대 명소인구가의 서세트장에 다다를 때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물길과 아름다운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아 둘 만큼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주도 영화 촬영지의 대명사, 섭지코지

    1991여명의 눈동자부터 2022년 영화 마녀2’까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섭지코지는 바다로 돌출된 지형에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화산송이로 이루어진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_유민 미술관)는 이곳의 또 다른 명소로서 섭지코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한편, 섭지코지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던 드라마올인촬영지는 태풍 매미의 피해로 망가지는 바람에 성당과 세트장 전체를 허물게 되었고, 이를 테마박물관 올인하우스로 다시 지었으나, 2014년에 또다시 리모델링을 하면서 드라마 올인의 추억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2014년의 리모델링은 올인하우스를 동화 속 콘셉트로 바꾸는 바람에 올인을 추억하며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섭지코지라는 지명의 유래를 찾아보면 먼저 섭지란 재사(才士), 즉 재능이 뛰어난 선비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는 뜻이고, ‘코지는 제주도 방언이 아니라 '섭지의 곶' , '섭짓곶이' '섭지코지'로 발음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섭지코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비가 많이 배출되는 지역으로 바다로 돌출된 해안 지형이라는 뜻이 된다. 곶은 지형적으로 바다 쪽으로 길게 내민 육지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영어의 ‘cape’ 또는 ‘headland’에 해당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해안 지형에 대한 용어 중 ()’과 정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섭지코지가 대중에게 알려지고 유명한 관광지가 되면서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은 오히려 훼손되고 있다. 유채꽃이 만발하던 섭지코지의 넓은 땅 위로 그간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노출 콘크리트의 글라스하우스가 세워지고 주변에 아쿠아플라넷휘닉스 제주 섭지코지같은 시설이 들어오면서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이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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