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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도록 맑은 하늘과 쪽빛의 푸른 바다를 기대하며 찾은 제주도, 하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 일행을 반긴 것은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과 추적추적 땅을 적시는 빗방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행에서 날씨만큼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임에도 날씨가 궂으면 여행 일정을 계획한 사람은 일행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저 얄궂은 날씨만 원망하며 죄인 아닌 죄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이 그랬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비 내리는 제주를 어떻게, 어떤 프레임에 담아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번에 소개할 제주도 여행지는 서귀포시다. ‘서귀포’라는 지명은 오랜 옛날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찾아온 서불이 결국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간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서불은 정방폭포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곳의 바위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으로 ‘서불과지(徐市過之)’라 새겨놓았다고 한다.

    서귀포시 쇠소깍의 아름다운 풍경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서귀포시 쇠소깍의 아름다운 풍경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여행자가 꼭 가야할 서귀포시 여행 스폿

    여행자가 서귀포시에서 꼭 가야 할 첫 번째 여행 스폿은 바다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장군바위 ‘외돌개’다. 외돌개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분출하여 굳어진 기암으로 높이가 무려 20m에 둘레는 10m에 달하는 웅장한 바위이다. 외돌개는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바위라는 뜻이지만, 한편에서는 외돌개 대신 장군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고려말 최영 장군이 제주를 강점한 몽골 세력인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하여 난을 진압한 것에서 유래한 것인데, 언뜻 보기에도 우뚝 솟아 있는 웅장함이 대장군다운 기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외돌개 주변은 남주해금강(南州海金剛)이라 부를 만큼 경치가 빼어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제주올레 7코스에 속하며,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알려진 후에는 외국 관광객들도 꼭 한 번은 들렀다가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두 번째는 바로 엉또폭포다. 작은 굴의 입구라는 뜻을 지닌 엉또폭포는 보일 듯 말 듯 다소곳한 모습을 지닌 숲 속의 폭포 아닌 폭포다. 평상시에는 폭포의 모습을 감추고 기암절벽의 모습만 보여주지만, 산간지역에 70mm 이상 비가 내리면 여지없이 높이 50m에 이르는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올레 7-1코스에 속하는 엉또폭포는 올라가는 입구부터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쉽게 폭포까지 오를 수 있으며, 계곡 전체에 펼쳐진 천연난대림을 통해 사철 푸른 상록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이 찾았던 날도 비가 내렸기 때문에 혹시나 엉또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폭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마 여름철에 찾아야 멋있는 엉또폭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엉또 폭포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세 번째 여행 스폿은 동양 최대 크기의 법당이 있는 ‘약천사’다. 예부터 약수가 유명하여 절의 이름도 약천사(藥泉寺)가 된 이곳은 단일 사찰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제주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전망이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약천사를 대표하는 것은 높이 29m에 조선 초기 불교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대적광전'을 빼놓을 수 없다. 일반 건축물 기준으로 8층 높이지만 지하 1층, 지상 5층이 통층으로 되어 있고 법당에는 국내 최대인 높이 5m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과 아미타여래불이 함께 있다. 3층으로 이루어진 법당 내부는 좌우에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데, 2층과 3층에서 내려다보는 법당의 모습은 1층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웅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음으로 소개할 여행 스폿은 아름다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쇠소깍’이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孝敦川) 하구를 가리키는 지명인데, 제주도의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위로 올라와 바닷물과 만나면서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쇠는 효돈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고도 하고, 혹자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연못 끝자락이라고도 한다. 2011년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으며, 경치가 매우 뛰어나서 바다와 만나는 입구까지 경관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물 밑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만들어진 카약과 제주도 전통 테우를 체험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여행 스폿은 서귀포 관광 미항의 랜드마크인‘새연교’를 추천한다. 새연교라는 이름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다리’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서귀포항과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가 서귀포항을 세계적 수준의 관광 미항으로 개발하고자 추진한 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건설한 서귀포 관광 미항의 랜드마크로서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최장 보도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보도교이기 때문에 차량은 출입하지 못한다. 제주올레 6코스에 포함되어 새섬까지 산책로와 광장, 목재 데크, 자갈길 산책로, 테마 포토존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야간 조명과 테마 LED 조명등을 설치하여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추천할 여행 스폿은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을 기리기 위한 ‘이중섭 문화거리’다. 전쟁과 이데올로기로 얼룩진 불안과 광란의 시대에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한국전쟁 당시 그가 가족과 함께 피난을 와서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한 문화거리가 있다. 이름 그대로 이중섭 문화거리가 그곳인데, 아기자기한 카페와 독특한 공방 그리고 한 줄로 늘어서 있는 프리마켓이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 거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곳이다. 주말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어 평일보다는 주로 주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으며, 프리마켓도 평일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아 여러모로 주말에 활기를 찾는 곳이다. 특히 이중섭 문화거리 내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의 창작스튜디오는 해마다 입주를 희망하는 작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불만큼 넓고 큰 이불 갈비

    산방산이 보이는 제주 안덕면 화순에는 이불 갈비로 유명한 정낭갈비가 있다. 1인분 생갈비의 가격이 2,200원 하던 시절에 식당을 시작해 그 가격이 10배가 된 현재까지, 거의 3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낭갈비는 지금까지 “이불 갈비”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이불 갈비는 갈비 한대가 달궈진 불판을 모조리 덮어버린다. 접시에 담겨 있을 때는 그냥 조금 큰 갈비 한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불판을 다 덮는 걸 보니 그 크기에 압도되어 탄성이 쏟아진다. 정낭갈비에서 자부하는 것은 냉동고기가 아닌 생고기라는 고기의 질적인 면뿐만 아니라, 흑돼지 오겹살의 경우 300g, 생갈비는 450g, 양념갈비는 400g이 한 번에 제공되는 식당의 후한 인심이다. 정낭갈비의 넉넉한 양은 이 한 접시가 두세 명이 함께 먹어도 충분한 양이라는 데서 증명된다. 그래서 2명이 2인분을 시켜먹기에 부담이 되는 경우를 배려해 3만 5천 원에 돼지갈비와 된장찌개, 냉면을 포함한 세트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정낭갈비는 상차림 또한 대충 차리지 않는다. 그중 양념게장이 특히 맛있으니, 정낭갈비를 찾으시는 분들은 놓치지 말길 바란다. 정낭갈비의 또 하나의 별미는 호텔 주방장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직접 반죽해 뽑은 냉면 면발이다. 졸깃졸깃한 비빔냉면을 잘 익은 고기와 함께 싸 먹으면 이 또한 별미가 따로 없다. 김영선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시던 정낭갈비에 둘째 딸 내외가 합류한 데는 가슴 먹먹한 사연이 있다. 과거 도민이 주 손님일 때는 제주 특유의 투박한 사장님 성격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이불 갈비가 유명해지고, 외지 관광객이 많이 찾게 되면서 사장님의 투박한 성품을 오해해 한때 불친절한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한다. 30년 가까이 고생하며 일군 식당과 어머니가 지역성의 차이로 오해받는 것이 안타까웠던 둘째 딸이 식당 운영에 참여했고, 이제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꿈같은 선상 파티, 샹그릴라 요트

    아주 오래 전, 호주를 방문했을 때,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미 호주에는 1980년대 한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만큼이나 많은 요트가 있다고 했는데, 개인 소유의 호화스러운 요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호주는 마치 요트의 천국인 것처럼 비쳐졌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요트의 보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높은 가격과 정박장의 부족 등으로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돛을 세우고 물살을 가르는 장면이 더 이상 영화에나 나오는 꿈같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러한 요트의 낭만을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에 있다. 바로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샹그릴라 요트인데. 이미 수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다녀가면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연인들처럼 낭만이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고 가까운 친지 동료들과 선상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요트투어는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일단 승선을 하게 되면 승무원으로부터 간단한 안내사항을 듣고 중문단지 일대를 돌아보게 된다. 승선하는 순간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선상에 비치된 모든 음료와 다과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와인과 소주, 과일과 간단한 회까지 승선하는 동안은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다. 또한, 요트 안에는 낚싯대가 비치되어 있어 요트 투어 중에 잠시 배를 멈추고 낚시를 즐길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고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입질이 좋다. 그리고 잡힌 고기는 승무원들이 즉석에서 회로 만들어 준다. 허름한 고깃배도 아니고 초호화 요트 위에서 직접 잡은 생선에 와인 한잔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또한, 샹그릴라 요트에서는 탑승하는 장면부터 내릴 때까지 승무원들이 사진을 촬영한 후 이메일로 보내주는 세심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요트를 타고 제주바다와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낭만과 요트투어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는 샹그릴라 요트 투어는 제주를 여러 번 찾은 사람들에게도 분명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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