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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 가면 대부분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다. 각종 회와 흑돼지 구이가 1등이고, 옥돔과 갈치 요리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다양한 먹거리가 많다. 제주도 고유의 한우 브랜드가 있고, 오직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제주 흑소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먹기 힘든 말고기 구이와 말고기 사시미를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제주도는 사실 흑돼지뿐만 아니라 최고급 한우와 제주 흑소 그리고 최고의 말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고기 먹방의 천국이다.

    고수목마의 말고기 사시미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고수목마의 말고기 사시미_Photo by Kim Sunghwan(Artageo)

    최고급 한우, 보들결 제주 한우

    그동안 제주의 먹거리로 유명한 것은 단연 싱싱한 회와 쫄깃한 육질의 흑돼지 삼겹살이었다. 특히 제주도의 흑돼지는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가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제주도만의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다른 유명 지역 한우에 뒤지지 않는 특별한 맛과 저렴한 가격의 한우 브랜드가 존재한다. 제주도 한라산의 해발 100m~300m 사이에는 중산간 지대라 불리는 드넓은 평야 지대가 펼쳐져 있다. 제주도의 소들은 이곳 중산간의 푸른 목초지에서 5월부터 11월까지 방목되어 키워지는데, 중산간은 수많은 오름과 신비로운 곶자왈 숲이 함께 펼쳐져 있는 곳이므로 이곳의 싱싱한 목초와 지하 화산암반수를 먹으며 자란 제주의 한우들은 강원도 횡성이나 태백의 한우에 비해 절대 그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2008년 5월에 출범한 제주지역 통합 축산브랜드인 ‘보들결 제주 한우’ 는 ‘보드라운 살결’이란 뜻으로 맑은 공기(Fresh), 깨끗한 물(Clean), 푸른 초원(Green)에서 생산된 고품질 제주한우의 부드러운 육질을 대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한우 공동브랜드이다. 제주시 아라2동에 위치한 ‘제주축협 한우플라자’는 제주축협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한우 전문식당이다. 이곳은 ‘보들결 제주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제주 한우의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졌는데, 넓은 홀과 10개의 독립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한 맛과 품질, 제주 흑소

    제주 흑소는 일반 한우보다 발육이 늦고 체격도 작다. 따라서 도축할 때 마블링을 중요하게 따지는 한우 등급체계에서 불리할뿐더러 살색이 선홍색이 아닌 검은 갈색에 가까워 보기에도 한우만 못하다. 더구나 30개월이면 출하하는 일반 한우에 비해 제수 흑소는 10개월 이상 출하가 늦다. 그뿐이 아니라 일반 한우에 비해 질기고 맛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라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런 제주 흑소를 숙성한 후에 맛이 특별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 흑소를 15일에서 20일 정도 숙성시키면 일반 한우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는 것이다. 제주 흑소 고기의 검은 갈색은 흑염소나 오골계처럼 멜라닌 호르몬이 많기 때문인데, 이것은 맛과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제주 흑소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일반 한우에 비해 건강에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축산학과의 문성호 교수는 이러한 제주 흑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순수 제주 흑소의 혈통을 이어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한우 품종은 황색 소, 울릉도 칡소, 제주 흑소 그리고 일반 흑소 이렇게 네 종류다. 이 가운데 황색 소를 제외하고 모두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축산학과에서는 제주 흑소의 품종 보존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1990년대부터 복원을 시작한 울릉도 칡소도 일반 황색 소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전해지는데, 숙성을 거친 제주 흑소는 울릉도 칡소에 못지않은 맛과 품질을 보장한다. 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덕분에 오래 굽거나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아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제주 흑소가 일반에 공개되어 보급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 아직 전국에 보급될 만큼 충분한 공급을 이루진 못했지만 제주도에는 제주 흑소만 취급하는 전문점을 여럿 찾을 수 있다. 그중 '검은쇠 몰고오는'이라는 제주 흑소 전문점은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의 문성호 교수와 함께 제주 혹소의 보급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색다른 맛과 최고의 풍미, 말고기

    고수 목마(古藪牧馬)는 제주시 일도동 한라산 기슭에 고마장(古馬場)이라 불리는 탁 트인 초원지대에서 수천 마리의 말들이 뛰노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말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고려 충렬왕 때라고 한다. 당시 원나라(몽골)가 제주를 지배하면서 100여 마리의 말을 도입한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그 후 우량한 말들은 원나라나 중앙정부에 보내어지고 일부는 산간 마을 사람들이 도축해 식량으로 사용하였다. 그 후 조선 세종 초에 밀도살이 성행하자 중국 사신들의 위로연을 제외하고는 도축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말고기는 옛 선조들도 거부감 없이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말고기는 소고기와 비슷하지만, 소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살코기보다 지방 이 더 비싸다. 말기름(馬油)은 화상에 특별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E가 풍부해 보습력이 뛰어나다. 말의 뼈는 골다공증이나 관절염 그리고 성장과 관련된 골 성장 장애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살코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결핵, 간염 그리고 중풍과 당뇨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운동선수의 체력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실제로 말고기는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고급요리로 주목받고 있다. 고수목마라는 단어를 말고기 전문점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김경우 대표는 30여 년 전부터 제주 조랑말에 관심을 가지고 말고기 요리를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말고기로 잘 알려진 일본 구마무토의 말고기 요리에 뒤지지 않는 말고기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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