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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에서 가파도를 지나 멀리 보이는 섬 마라도는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자리한 섬으로 우리나라의 끝점인 동시에 시작점인 곳이다. 제주도가 바다에 흘린 물방울 마냥 살포시 떠 있는 작은 섬, 마라도는 맑은 날 한라산의 영실과 백록담에 오르면 그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마라도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보니, 마라도는 사람의 발길이 많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남쪽 끝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이제는 일부러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기왕에 마라도를 방문했다면 넉넉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섬 한 바퀴를 돌아보길 추천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11km, 가파도에서는 5.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마라도는 남쪽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영토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마라도로 가기 위해서는 모슬포항이나 송악산 입구에서 마라도 직항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그중 송악산 입구에 있는 ‘마라도 가는 여객선’의 배편을 이용할 경우 송악산과 산방산 그리고 형제섬 사이로 한라산이 우뚝 솟은 제주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모슬포와 송악산 어디에서 출발하든 바다를 건너 뱃길로 30분만 가면 마라도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섬을 향하는 배 위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마라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파도로부터 섬을 지키려는 듯 서 있는 검은 현무암의 절벽이다. 바닷속에서 분출한 용암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라도는 해안 어딜 가나 검은 현무암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현무암이 푸른 바다와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풍광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파도와 함께 만들어낸 해식동굴이 많은데, 수많은 해양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는다. 섬에 올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돌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할망당’ ‘처녀당’ ‘비바리당’ 등으로 불리는 마라도의 본향당(本鄕堂) 당이다. 당이래야 돌담을 둥그렇게 쌓아두고 그 안에 제단을 마련한 것이 전부지만, 이곳에는 마라도 해녀들의 안녕을 지키고 뱃길을 무사히 열어주는 본향신이 모셔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당이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하여 이를 금기 또는 신성시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마라도 선착장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섬으로 들어가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진 완만한 경사의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이곳은 특별히 시야를 가릴 만한 것이 없어 마라도의 들판과 바다 그리고 푸른 바다 너머로 보이는 제주도의 실루엣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 남쪽 끝에 도착했다는 특별함과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듯 느껴지는 낯선 풍경이 살짝 불편한 이질감을 만드는 것도 잠시 사람들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첫 번째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배경을 따라 이어진 마라도의 해안 산책로는 약 4km 남짓한 길이로 만들어졌다. 깔끔하게 포장된 돌길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시간 정도 걸으면 충분히 마라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천천히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라도의 가장 높은 해안 절벽에 자리 잡은 마라도 등대와 예쁜 모양의 마라도 성당 그리고 이곳이 최남단임을 알려주는 기념석을 지나게 된다. 기왕에 마라도까지 들어왔으므로 사람들은 곳곳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특히 이런 장소들은 사진을 남기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다. 그중에도 대한민국 최남단을 표시한 기념석은 방문객 대부분이 사진을 남기는 필수 코스이므로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반드시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기념석을 지나면 길은 마라도의 마을로 이어진다. 마라도에는 30여 가구,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여행객을 맞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2016년 마지막 남은 재학생 1명을 졸업시키며 휴교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도분교와 마라도 하면 떠오르는 짜장면집들을 만날 수 있다. 마라도 짜장면으로 지친 걸음과 허기를 채우고 다시 산책로에 들어서면 얼마 안 가 처음 이 섬에 발을 디딘 마라도 선착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라도 대표메뉴, 해물 짜장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인데, 사방이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 마라도에는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굳이 식당이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마라도를 대표하는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났는데, 섬마을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독특하다. 대부분 바닷가나 섬에서는 해산물이나 횟집이 주를 이루는데, 마라도에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짜장면이 이곳 식당들의 대표 메뉴다. 그렇다고 전문 중식당인 것도 아니라서 메뉴는 해물 짜장면과 해물 짬뽕 그리고 탕수육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마라도의 짜장면집들은 마라도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해 마라도만의 특색 있는 짜장면과 짬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함이 관광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마라도에 오면 반드시 마라도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 마라도분교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모 식당은 산책로를 걷다 잠시 멈추어 쉬기 좋은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한도전의 촬영지가 된 이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에서는 바다에서 자라는 톳을 반죽에 섞어 수타로 직접 면을 만드는데, 여기에 다양하고 풍부한 해산물을 함께 넣어 해물 짜장면과 해물 짬뽕을 만들어 낸다. 톳이 들어간 짜장면의 면발은 특유의 갈색빛을 내며 짜장 소스와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하고, 홍합과 새우, 꽃게로 그릇이 넘칠 듯 푸짐한 짬뽕은 방문한 사람의 시선부터 사로잡는다. 거기에 이곳 주인 부부의 밝은 표정과 친절한 미소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보너스다.